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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독일로 서류 제대로 들고가기 (공증 및 아포스티유)

베를린빌런 2023. 5. 1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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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관청에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일은 정말 많다. 독일에 가서 체류허가를 신청하거나, 사회보장번호를 받아야 한다던가, 공보험에 가족들이 모두 가입을 해야 한다던가, 본인이 가지고 있던 면허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등등 다양한 이유로 서류가 필요하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인터넷 출력본은 인정을 안 한다, 직인이나 압인이 있어야 한다. 영문 문서도 받아줬다. 독일어로 번역해 가야 받아줬다.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아서 독일로 유학이나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본 글에서는 서류를 준비해야 할 때 자주 쓰는 용어 및 개념들을 정리해 보고, 절대 거절당하지 않는 서류 만들기(물론 돈이 들어간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첫 번째로 '원본'에 대한 개념을 일단 이해하자. 한국에서는 '원본 서류' 라고 하면 보통 전자 문서로 만들어져 인터넷으로 출력을 하는, 문서 번호가 전산으로 조회가 가능하며, 원본임을 표시하는 QR코드나 바코드가 거짓되지 않은 문서를 말한다. 사실 문서번호만 전산상으로 맞으면 뭘 어떻게 복사를 해도 인정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독일에서 '원본(Original)' 문서라는 것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A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할 때, 졸업증명서 원본은 졸업식 때 받은, 학장님 사인이 들어가 있고 금딱지에 압인이 찍혀있는 그 종이 한 장이 원본인 것이다.  독일로 서류를 들고 가려면 직인이나 압인이 있어야 한다고 보통 알려져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3년 현재에는 독일에도 전자문서라는 개념이 슬슬 도입되고 있는 중이지만, 이 서류가 '원본'임을 증명할 수 있는 표식이 보통 직인, 압인, 또는 담당자의 사인, 이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일 사람들은 관청에 서류를 제출해야 할 때 원본을 내버렸다가 돌려받지 못하면 하나밖에 없는 원본을 그냥 떠나보내야 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대부분의 관청에서 대면심사 때 원본을 제출하면 그 자리에서 복사를 한 후 본인에게 돌려주지만, 우편으로 서류를 제출해야 할 경우(아동수당 신청 등이 있다) 서류를 돌려주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때는 보통 '사본 공증(Beglaubigung von Kopien)'이라는 것을 받은 사본을 제출한다. '이 복사본이 원본이랑 완전히 똑같습니다'라는 사실을 관청이나 공증변호사를 통해 확인받고 도장을 받아서 제출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Notar 사무소를 찾아가거나, 관청에 사본공증 업무를 예약하고 찾아가서 사본공증을 받을 수 있다. 

 

사본공증을 통해 해당 서류를 독일 관청이나 공증변호사의 직인을 받을 수 있다면, 한국에서 서류를 떼와서 독일에서 사본공증 받은 사본을 관청에 제출하면 끝인가? 여기에 대한 답은 '아니요'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일에서 발급된 서류가 아니기 때문에 관청이나 공증변호사가 사본공증을 거부할 것이다. 또한, 독일어로 작성된 서류가 아니므로 독일에서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물론 베를린 외국인청의 경우 영문으로 한국에서 떼온 서류 원본을 그대로 제출해서 서류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꽤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관청, 모든 공무원에 다 먹힌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부터는, 어떤 관청 어떤 공무원에게 들고가도 거절당하지 않는 서류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가 이 방법을 왜 알고 있냐면, 이렇게 서류를 만들어야 받아주는 관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베를린 LaGeSo(Landesamt für Gesuntheit und Soziales, 대한민국으로 치면 보건복지부)가 있다. 

 

위에서 독일 현지에서 사본 공증을 받으려면 독일에서 발급된 서류만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여기에서 '아포스티유' 라는 개념이 등장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서류에 아포스티유를 붙인다'라는 말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이 서류를 공식적으로 아포스티유 협약국 사이에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한다'라는 뜻이다. 더 쉽게 말하면, '한국에서 아포스티유를 붙여온 문서'는 독일 현지에서 '독일에서 발급된 문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그리고 아포스티유 그 자체가 해당 서류를 대한민국 정부에서 보증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인터넷 출력본 서류라고 하더라도 아포스티유가 부착되어 있으면 독일 현지에서 '원본'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다시 말씀드린다. '인터넷으로 출력한 문서라도, 아포스티유만 부착되어 있으면 독일에서 오리지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아포스티유는 대한민국 서울 양재역에 있는 외교센터에서 발급한다. 이 때, 서류의 종류에 따라 약간 발급 절차가 달라지는데, 

1. 대한민국 정부기관에서 발급한 문서: 별도의 추가 과정 없이 바로 아포스티유를 발급받을 수 있다. 주민센터에서 또는 민원24에서 발급받은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법원에서 발급받는 혼인관계증명서, 교육청에서 발급받은 고등학교 졸업증명서, 경찰청에서 발급받은 범죄경력회보서, 국방부에서 발급한 병역증명서 또는 군 경력증명서, 국립대학교의 졸업증명서 등이 있다. 

 

2. 사문서: 1이 아닌 모든 문서는 공증변호사를 통한 공증을 받아야 아포스티유 발급이 가능하다. 사립대학의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사기업에서 발급받은 재직증명서나 경력증명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문서들은 먼저 한국에서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때 공증의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어서 사람을 헛갈리게 만든다. 

 

가장 일반적인 사문서공증: '이 서류에 적혀있는 내용이 진실됨을 소유자 XXX가 서약하고 변호사 YYY가 확인하였음' 이다. 한국 내에서도 유언장이나 차용증 등도 사문서 공증을 받아야 법적 효력이 발생해서, 아포스티유를 받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민사적으로 많이 활용된다. 

 

사본공증: 한국에서 발급받은 서류를 한국에서 사본공증을 받으면 아포스티유를 부착할 수 있다(위에서 이야기한, 독일 현지에서 사본 공증을 받는것과는 다르다!). 아포스티유 대행업체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경우 서류 원본(A)이 따로 있고, 사본 공증을 받은 사본(Á)이 따로 있으며, 공증받은 사본(Á)에 아포스티유를 부착하게 되므로, 원본 서류가 아무것도 붙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된다. 

 

번역공증: '이 XXX어로 번역된 서류가 원본과 내용이 완전히 동일합니다'를 한국에서 공증받는 것이다. 아포스티유 대행업체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원본 서류를 독일어로 번역한 후 번역본과 원본이 일치하다는 것을 한국에서 인증을 받고, 거기에 아포스티유를 붙여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을 쓰면 '대부분의' 독일 관청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독일어로 쓰여진 문서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사본공증을 받거나 하는 데에도 제한이 없다. 이 경우 원본(A)과 독일어 번역본(Å)이 동시에 존재하고, 번역본(Å)에 아포스티유를 붙이는 방식. 사본공증과 마찬가지로 원본 서류가 남는다. 

 

위와 같은 공증을 받아야 아포스티유를 부착할 수 있다. 이 때 재미있는 것은, 정부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발급받은 서류는 사문서 취급을 받아서 공증을 받아야 아포스티유를 부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실제로 경험한 서류는 총 두 가지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급받은 대학수학능력시험성적표, 그리고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발급받은 국가시험합격증이다. 

 

이론상 한국에서 원본 서류 발급 - 한국에서 번역공증 진행 - 아포스티유 부착 의 과정을 거치면 독일 '대부분의' 관청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서류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사실 독일 유학이나 이민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모든' 관청이라고 적지 않은 이유가 있다. '독일 정부에서 공인한 번역가' 에게서 번역받은 번역본'만' 인정하는 관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베를린 LaGeSo가 이런 관청에 해당한다. 

 

이러한 관청에 서류를 내려면

한국에서 원본서류 발급 - 사문서의 경우 한국에서 사문서공증 진행 - 한국에서 아포스티유 부착 - 독일로 서류 들고 와서 독일 정부 공인 번역가에게 번역 의뢰(국문의 경우 한국어-독일어 번역가, 영문의 경우 영어-독일어 번역가를 찾아야 한다)

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진 서류는 독일 정부에서 인정받은 번역가의 직인이 찍혀있으므로 독일 내 어떤 관청에서도 거절당할 일이 없는, 가장 완벽한 서류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필자는 LaGeSo에 낼 퀄리티의 서류보다 높은 수준의 무언가를 요구하는 관청은 이 때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베를린에는 한국어-독일어 공인 번역가님이 거주하고 계시며, 이메일로 번역 의뢰를 드릴 수 있다(http://www.seoninoh.com). 영어-독일어 번역가분의 경우 http://suche.bdue.de 에서 직접 검색해서 직접 이메일로 컨택해야 한다. 국가기관에서 발급받은 문서라 번역공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공문서는 공증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독일에서 번역의뢰를 하면 훌륭한 번역본이 만들어지므로, 공문서의 경우 그냥 국문으로 발급 - 아포스티유 - 독일에서 번역 코스를 타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분들은 이렇게까지 완벽한 서류를 만들 필요는 없다. 다만 번역공증은 뭐고 사본공증은 무엇인지, 아포스티유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 글을 읽고 대략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다면 서류를 준비할 때 조금 더 능동적으로 준비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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