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에서 의사 일을 했었고 모종의 이유로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서 거주 중이다. 사실 의사 등등 면허제도로 인해 특정 국가에 귀속되어 있는 직업의 경우 해외 진출이 정말 어렵다. 한국에서 의사면허가 있다 해도 외국에서 그 면허를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미국 의사가 되려면 USMLE 시험을 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거고(시험을 4번인가 봐야 한다), 보통은 나이 먹고 시험을 준비하는 압박, 그리고 전문의라면 본인의 전문 과를 다시 전공의부터 수련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해외 진출을 망설이게 만든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지는 모르지만, 독일은 이런 점에서 상당히 제3 국 의사에 대해 관대하고 합리적인 편이다. 내가 서류들을 잘 준비해 와서 EU 내 의과대학들과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독일 국가고시를 치기 않고도 면허를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의 전공의 수련노트 등 수련받은 내역을 서류로 잘 정리해서 갈 수 있다면, 해당 부분은 독일에서도 수련을 이미 받은 것으로 인정해 줘서 수련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경력 증명을 제출하면 내가 몇 년 경력의 의사다 정도의, 일종의 호봉은 인정을 해 준다. 이 정도만 해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매우 매우 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어려운 점은 있다. 첫 번째로 언어의 장벽이 있다. 교육과정의 동등함이 증명되면 독일 의사고시는 면제가 되지만, 의학 전문언어시험(Fachsprachpruefung, FSP라고 부르며 수준은 C1 정도이다)은 무조건 합격해야 하며, 전문 언어가 아닌 일반 언어도 B2 이상의 자격증이 요구된다. 독일어를 예전에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제2 외국어를 이 정도까지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 이전에 필자가 '한국에서 독일로 서류 제대로 가져가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베를린 보건복지부의 경우(다른 주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최고 난도의 서류를 요구한다. 각종 공증받고 번역 들어가는데 들어가는 돈도 무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겁나게 오래 걸린다. 필자의 경우 작년 4월에 처음 서류 제출을 하고 이 여정을 시작하였으며, 작년 연말에 모든 서류 제출과 전문언어시험 합격을 완료하고 7개월째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먼저 면허가 나온 친구의 경우 심사가 10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나마도 심사에서 교육 과정의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독일 의사시험을 또 준비해야 한다.
사실 이 블로그도 심사를 6개월 째 기다리다가, 너무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것 같아서 기록이나 남겨보려고 시작하였다. 아직 결과가 투명하게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내가 작년 4월부터 걸어온 길을 하나하나 정리해서 글로 남겨두려고 한다.
내 글을 기다리고 싶지 않은 분 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자. 5년 전에 이 길을 먼저 걷고 나의 모티브가 되신 분이며 지금도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계신 분이다.
https://m.blog.naver.com/twmine/22150094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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