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민담화 29

EP8. 거주 등록(Anmeldung)을 하다

독일에 입국하게 되면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는 90일의 타이머가 돌아간다. 90일 내에 외국인청에 체류 허가('비자'라고 보통 많이 부르지만 독일에서 정식 명칭은 Aufenhaltserlaubnis, 직역하면 '체류 허가'이다)를 받기 위한 일정(Termin)을 잡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새벽 2-3시부터 외국인청 앞에서 10시에 문 열 때까지 줄을 서있는 광경도 흔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독일에 들어온 당시에는 외국인청이던 기타 관청이던 모든 업무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Termin을 잡고 왔어야 했다. 앞선 글에서 체류 허가를 받던 은행 계좌를 만들려고 하건 거주 등록(Anmeldung)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잠깐 하고 지나갔는데, 체류 허가를 받으러 가기 전에 이 것부터 해야 ..

독일이민담화 2023.05.09

EP7. 이사 완료

우리가 베를린에 도착했던 날이 하필이면 토요일 밤이었고, 당연하게도 우리가 들어가게 될 집을 관리하는 업체는 일요일에 일을 하지 않아서,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리고 이틀이 지나고 난 월요일 오전이 되어서야 우리가 1년간 살게 될 집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당일 아침에는 우리의 집을 중개해 준 우리 측 업체 대표님께서 직접 출장을 나오셔서 동행해 주시고, 같이 집을 봐주셨다. Übergabeprotokoll이라고 불리는, 세입자로서 집을 넘겨받는 과정은 글로 적기엔 간단하다. 첫 번째로, 임대인(의 대리자인 업체의 담당자)와 임차인이 같이 집을 둘러보면서 하자 여부와 수리 필요한 부분을 확인한다(본인의 경우 식기세척기가 현재 수리 중이며 1주일 뒤에 설치하러 직원이 올 거라는 확인을 받았다). 두 번째..

독일이민담화 2023.05.08

EP6. 춥고, 공기는 너무 좋고, 물은 맛 없다

베를린에 도착하고 나서 자고 일어나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춥다'였다. 4월 중순이면 으레 꽃이 피고 포근해지는 봄날씨를 상상하곤 했지만, 베를린은 아직 패딩을 입고 돌아다녀야 할 만큼 추웠다. 날씨 어플을 부랴부랴 켜보니 일일 최고기온이 8도, 최저기온이 3도. 베를린은 아직 포근해지기엔 이른 나날이었다(글을 쓰고 있는 5월 초가, 오늘 비가 오긴 했지만 최고기온이 13도를 기록했다). 본인은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 체질이라 기모가 들어간 코트 정도로 충분히 돌아다닐 만했지만, 아내는 추위를 매우 많이 타는 체질이라 곧바로 롱패딩을 꺼내 입었다. 4월에 입을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챙겨 왔던 여분의 겨울 옷들을 마구마구 꺼내 입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 춥게 느껴지는 것은 ..

독일이민담화 2023.05.07

EP5. 8개월 아이와 함께 떠나는 새로운 나라

1년 반의 독일어 공부와 1개월의 짐 싸기를 마친 후 2022년 4월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짐이 많아서 인천공항까지 차량을 따로 예약해서 이동을 하였다(카카오 벤티를 원하는 시간에 출발할 수 있게 콜밴처럼 이용할 수 있다). 이민가방 5개와 28인치 캐리어 하나, 아기 캐리어 하나와 유모차가 수하물로 비행기에 실렸다. 우리는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을 이용하였고, 아이는 만 2세 미만이었기 때문에 좌석은 따로 구입할 필요는 없었으며 서비스비용으로 티켓값의 10%만 지불하였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의 경우 1인 당 무료 수하물로 32kg 가방을 2개 까지 실을 수 있으며, 아이의 경우 10kg 짐 하나와 유모차 또는 카시트 1개를 추가로 부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인당 추가 수하물..

독일이민담화 2023.05.06

EP4. 짐이 산더미

출국 날짜가 확정되었고, 출국 1개월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와 짐 싸기에 돌입했다. 가구와 식기가 전부 완비되어 있는 집을 구한 지라 컨테이너 이사도 필요없고, 그냥 짐만 싸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이렇게 짐을 싸도 싸도 끝이 없을 줄은 몰랐지! 해외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뭘 싸야하는지, 뭘 버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돌 되기 전 아기까지 있어서 아기용품을 모조리 챙겨가야 하는 것은 덤! 처음에는 3단 이민가방 6개를 가지고 시작했으나, 너무나도 쉽게 꽉꽉 차버렸다. 겨울옷이라던지, 아기 장난감, 주방용품 등등 싸야 할 짐이 아직 너무 많았는데.... 이 때가 사실 가장 힘들었고 우리 부부가 많이 싸우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버려야 될 물건도 처리해야 하고, 살던 ..

독일이민담화 2023.05.05

EP3. 한국에서 독일 집 계약한 후기

사람이 사는 데에는 의식주가 보장이 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독일에서는 '주' 가 매우 중요한데, 독일에서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데에 '거주증명(Meldebestätigung)' 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청에 비자(정식 명칭은 체류허가, Aufenhaltserlaubnis)를 신청하던, 은행 계좌를 하나 열려고 하던, 아동수당(Kindergeld)을 청구하려고 해도 모두 이 거주증명을 요구한다. 거주 증명서를 받기 위해서는 거주등록(Anmeldung einer Wohnung)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거주 등록이 가능한 집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독일의 집을 계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베를린이나 뮌헨 같은 대도시는 더더욱 구하기 어려운 것이, 집을 세를 ..

독일이민담화 2023.05.03

EP2. 독일어 공부

어떤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만큼 배우고 익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30대 중반 이후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필자는 학창 시절 독일어를 공부한 적이 있었고, 적어도 독일어로 적혀있는 것을 읽을 수는 있었다. 그 덕분에 독일어 공부를 30대 중반에도 큰 거부감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2020년도 9월 중순에 X원X쿨 인터넷 강의 패키지를 결제하여 독학을 시작했다. 패키지에는 왕초보 부터 B1 수준까지 약 20분 분량의 강의가 660개 정도 들어있었다. 매일 일을 마치고 대략 4-6개의 강의를 들었고, 4개월 정도만에 모든 강의를 다 들을 수 있었다 진도가 제법 빨리 나가서, 이듬해 3월 Goethe-Zertifikat B1 시험을 예약하였다. 독학으로 공부하여 쓰기와 말하기 부분의 피드백이..

독일이민담화 2023.05.02

EP1. 딸아이를 생각하며 준비한 이민

내가 이민을 결심한 이유는 우선 자식의 탄생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점점 줄어들면서, 내 아이가 어른이 되어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 장년층과 노인층만 부양하면서 평생을 보내게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서울의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내 딸아이가 몇 년 동안 미세먼지를 들이키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이점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한국의 교육시장에서는 3세부터 학원을 다니며 경쟁에 노출되기 때문에, 내 딸을 조금이라도 그러한 환경에서 떨어뜨리고 싶었다. 물론, 이외에도 다른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 세 가지 이유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내 개인적인 이유로는, 한국에서의 커리어가 내 사업을 차리는 것 이외에 남은 길이 없어서, 그 전에 다른 국가에서 살아보..

독일이민담화 2023.05.01

블로그를 열며

지난 1년 동안의 기억과 앞으로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약 1년 전, 필자는 아내와 당시 8개월 된 딸과 함께 서울에서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났고, 현재도 베를린에 계속 거주 중이다. 30대 중반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외국으로 떠나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필자는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었으며, 아내도 육아휴직 1년을 마치고 나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만약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재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주변에서는 반대도 많았다. 애기가 너무 어리다는 생각도 있었고, 한국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데 왜 고생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 이제 막 집도 산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이도 열심히 키우려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주변의 아쉬움도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베를린 생활은 ..

독일이민담화 2023.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