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데에는 의식주가 보장이 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독일에서는 '주' 가 매우 중요한데, 독일에서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데에 '거주증명(Meldebestätigung)' 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청에 비자(정식 명칭은 체류허가, Aufenhaltserlaubnis)를 신청하던, 은행 계좌를 하나 열려고 하던, 아동수당(Kindergeld)을 청구하려고 해도 모두 이 거주증명을 요구한다. 거주 증명서를 받기 위해서는 거주등록(Anmeldung einer Wohnung)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거주 등록이 가능한 집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독일의 집을 계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베를린이나 뮌헨 같은 대도시는 더더욱 구하기 어려운 것이, 집을 세를 준다는 공고를 내면 지원자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까지 몰려든다. 집 구경을 할 수 있는 일정이 잡히면 수십 팀이 집을 둘러 보는 것은 기본이고, 집을 보러 가야 정식 지원 서류를 나누어 주는 곳도 흔하다. 내 몸이 독일에 있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인터넷으로 독일 월세를 알아보는 사이트는 https://www.wg-gesucht.de, 그리고 https://www.immobilienscout24.de 두 군데가 가장 대중적이지만, 독일에서 거주를 하고 있어도 외국인이 이 사이트에서 집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만큼 힘들다(독일에 들어와서 집을 한 번 더 구해야 했었는데, 이떄 하였던 고군분투는 다음 번에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보겠다).
이 때 한국에서 집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독일 내 한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돈을 써서 현지의 부동산 중개인과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안된다면 일단 Airbnb 등을 통해 1개월 정도 묵을 곳을 정한 다음,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 집을 계약하는 방법 또한 가능은 하다. 가능은...
대표적인 독일 내 한인 커뮤니티는 베를린리포트(http://www.berlinreport.com) 그리고 페이스북 그룹 '독일 유학생 네트워크(통칭 '독유네')' 이 있다. 국내에서 이름있는 독일어 학원에서 운영하는 '독일에서 집구하기' 라는 페이스북 그룹도 있다. 독유네의 경우 유학생 위주의 젊은 커뮤니티, 베를린리포트는 독일에서 제법 오래 사신 중장년층 비율이 더 높은 커뮤니티라는 이미지가 각각 형성되어 있다. 베를린리포트의 벼룩시장 게시판을 주의깊게 모니터링 한다면 (당근마켓 모니터링 하듯이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한다...) 괜찮은 방을 구할 수 있다. 근데 내 맘에 드는 게시물에 언제 올라올 지는 아무도 모르니... 대략 예상되는 입독 시기 4-6개월 전부터 계속 모니터링 하시길 권한다.
필자의 경우 8개월 영아와 함께 입독해야하는 상황이라, 일단 숙소를 잡고 현지에서 발품을 파는 것 보다는 돈을 좀 들이더라도 확실한 결과를 얻고 싶어서, 입독 3-4개월 전부터 독일에서 활동중인 한인 부동산 중개업자를 컨택했다. 원하는 집의 위치와 조건(건물의 연식 및 집의 면적, 가구가 비치되었는지 정도), 나의 현재 한국에서의 수입 상황 및 은행 잔고 등을 제공하였고 해당 업체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들을 인터넷으로 계속 보여주었다.
대리인을 써서 집을 구한다고 해도 한 번에 부드럽게 계약이 성사되진 않는다. 어린 아이가 있다고 거절당한 적도 있고, 배치되어 있는 가구 위치를 옮겨도 되냐고 물어봤다가 퇴짜맞는 경우도 있었고 (물론 퇴짜를 놓는 것은 우리가 고용한 대리인이 아니고, 집주인이다) 3군데 정도의 집이 흘러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시간 밤 12시에 (독일 시간 아침 8시) 독일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 직원분이 다른 부동산 업체에 있는 친구에게서 우리가 말한 조건에 일치하는 매물이 곧 나온다는 정보를 받았는데, 혹시 1시간 뒤에 영상통화로 집을 한 번 보시겠냐는 연락이었다. 그렇게 새벽 1시에 Whatsapp으로 지구 반대편의 집을 구경하게 되었고, 집 상태가 깔끔하여 바로 계약하겠다고 하였다. 알고보니 그 집은 집주인이 자기 친척이 들어오게 하려고 부동산에 일단 매물 올리지 말아달라고 하려던 집인데, 그 말을 하기 직전에 내가 계약서를 써버렸다는 내막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베를린 중심부에 있는 57제곱미터의 가구와 식기가 모두 비치되어있는 투룸을 월세 1580유로에 계약하였다. 중개업체에 월세의 두 배 어치의 수수료를 지급하였지만, 지금 생각해도 돈이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다. 열쇠를 넘겨받는 당일에는 업체 대표님이 직접 오셔서 인수인계 과정을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유학생이나 당장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분들은 수수료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돈을 들여서라도 비교적 좋은 결과를 원하는 분들께서는 이 방법을 고려해보시길 바란다(필자가 이용한 업체는 구글에서 '독일에서 방구하기'로 검색하면 나오는, 하이델베르크에 본사가 있는 업체이다. 살다 보니 리뷰를 못 적어드렸는데 이렇게 광고 아닌 광고로 리뷰를 대신하는걸로...).
다만 계약기간이 1년으로 고정되어 있고 연장이 불가하였는데, 이 것이 또 다른 고군분투의 시작이 될 줄은 그 때는 몰랐었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다른 글로 풀어보려 한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독일 집을 계약하였고, 비행기 티켓을 샀으며, 어학 시험도 한국에서 모두 준비했다. 적어도 도착하면 우리 아기 누워 잘 곳은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짐 싸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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