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이나 구글에 검색을 해서 나오는 일자리 중 상당수는 에이전시를 통한 일자리들이다. 근데 이런 구인공고들이 거의 사기스러운 공고들도 많아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1) Assistenzarzt für Chirurgie in Potsdam이라는 제목인데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Großraum Potsdam이라고 적혀있음 -> 포츠담에 있는 병원 아님. 포츠담에서 Regional Bahn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다 저렇게 적어둠.
2) 허위공고도 있다. 어느 지역에 특정 과 자리 있댔는데 실제로 지원서 넣으면 다른 엉뚱한 자리들만 면접을 제안하는 경우
3) 에이전시 직원이 3가지 선택지를 줬는데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내가 지원하려는 과가 없는 병원임. 여기에 대해 이메일로 질문을 하니까 슬그머니 말을 돌림.
필자가 당해본건 이정도이다. 그래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에이전시에 구직을 일임한다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정보를 찾아서 가지고 있어야 휘둘리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거의 한국에서 중고차를 산다는 마인드로 접근할 것.
보통 에이전시에서 올려놓은 일자리에 지원을 하게 되면 올려놓은 일자리에 다이렉트로 연결해 주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하고, 지원하고 며칠 뒤에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전화미팅을 한 번 하고 싶은데 언제 하면 좋을지 예약을 잡는 단계. 그리고 예약된 시간에 전화통화를 다시 하게 되면 이때 본격적으로 독일 면허를 받은 건지, 어디까지 출퇴근이 가능한지, 이사를 하거나 자동차를 구입할 계획은 있는지, 원하는 병원의 조건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게 된다. 그러고 나서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이메일로 나에게 지원할 만한 일자리를 보내준다. 전화를 선호하는 직원이라면 전화가 올 것이다.
본인이 요구조건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면 '면접을 볼 수 있는 곳은 무조건 면접일정을 잡아달라' 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럼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동네의 병원으로 언제 몇 시까지 가면 된다고 연락이 온다...
필자의 경우 '나는 베를린 중앙역 근처에 살고 있는데 베를린에서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이내라면 어디든 상관없어' 라고 에이전시에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였다. 필자가 전공한 과는 독일에서 TO가 적고 나름 선호도가 있는 과였기 때문에, 베를린 내에서 바로 직장을 구하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고(구인공고에 다 지원서 넣어봐도 모조리 무시당했다), 출퇴근을 고생하더라도 현지 업무경력을 일단 만들어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이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렇게 에이전시에서 한 시골마을의 병원에 면접일정을 잡아줬고, 약속된 시간에 가서 면접을 봤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독일어 수준을 체크하는 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터뷰 내용은 어디에서 살고있는지, 이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언제부터 일을 시작하고 싶은지 등등 어려운 내용은 전혀 없었다. '독일어 잘은 못해도 의사소통은 하긴 해요' 정도를 어필할 수 있는 자리라고나 할까... 근데 이것도 인력이 모자란 시골 병원이라 가능한 이야기일 것(나름 주변 동네에서는 우리 과 한정 거점병원 취급을 받긴 한다). 여하튼 독일어를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게 Chefarzt도 나를 원했고, 나도 현지 경력을 원했던 Win-win 계약이 성사되었다. 병원 인사과를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서류를 전달하고, 12월에 태어난 아기를 두어달 키워놓은 상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구직할 때 어떤 서류들이 필요한지,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면 비자 신청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미리 준비하면 좋은 서류는 무엇이 있는지 다음 번에 한 번 써보도록 하겠다.
'한국의사 독일에서 의사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황토크 & 정보공유 - 28.07.2024 (17) | 2024.07.29 |
---|---|
베를린에서 일 구하는 이야기 (3) (5) | 2024.05.06 |
베를린에서 일 구하는 이야기 (1) (2) | 2024.03.13 |
독일 의사 면허 발급 (6) | 2023.10.24 |
필자의 개인적인 Hospitation 후기 (0) | 2023.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