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블로그 창을 열었다. 사실 아침 5시에 집을 나가서 저녁 6시에 귀가한 후 애들을 아내와 같이 보다보면 블로그에 무슨 댓글이 달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히 글을 쓸 생각은 더더욱 못하게 된다. 오늘은 당직 중에 약간 짬이 나서 글을 써본다.
이직은 아직 안(못) 했고, 첫 직장의 Probezeit가 3일 뒤면 끝난다. 끝나기 전 과장님과 면담을 했는데, 브란덴부르크 의사협회에서 수련기간 인정이 끝나고 전문의 자격이 나오는대로 Oberarzt(OA, 한국어로 바꾸면 ‘수련병원의 Staff’)로 진급시키겠다고 무려 서면으로 선포하심;;;;
뭔가 인정받은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OA가 되면 Hintergrunddienst (한국에선 보통 ‘빽당’ 이라고 불렀다)를 서야하는데, 이게 Vorgrunddienst보다 일수는 많으면서 병원에 최소 30분 내로 도착해야 하는 거리에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관계로;; 병원에서 두 시간 반 거리에 사는 나로서는 메리트가 없다. 그리고 내 직장은 인구 만 명 정도 되는 소도시에 있는데 여기로 애들과 가족을 다 데리고 오고싶지도 않다. 결국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게 되는데, 아내와 많은 대화가 필요한 부분. 일단 짤릴 걱정 없는 든든한 철밥통이 생겼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그 동안에 한국에서 일했던 기간 중 인턴 1년을 제외한 9년을 독일에서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수련기간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고, 여기 병원들는 급여를 보통 연공서열과 호봉에 맞춰 쥬는데, 그 호봉을 인정 받는 것. 이제 독일 어느 지역 어느 병원을 가서든 10년차 호봉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평균적인 급여가 궁금하신 분들은 독일어가 된다는 가정 하에 구글에 TV Ärzte를 검색하여 보시길 바란다.
수련기간 인정은 아직이다. 한국에서 레지던트, 펠로우 때 어떤 수술 시술을 얼마나 했는지 입원환자를 얼마나 케어했는지 알 수 있게 전공의기록부와 펠로우 기록(이건 내가 펠로우 하던 당시 내가 수술하거나 어시스트 섰던 건수 하나 하나 찾아가면서 작성했다)을 준비해왔는데 의사면허 인정때도 써먹고 지금도 써먹고 있다. 그래도 나름 한국의 탑클래스 병원에서 많은 수술건수를 경험하고 한국 전문의가 되었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
수련기간 인정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는데,
1. 각 주 마다 인정하는 항목이 약간씩 다르다. 베를린 의사협회는 ‘수련시간 인정’과 ‘외국에서 취득한 Qualifikation(전문의자격 포함)의 상호인정’을 따로 취급하고 있는데(베를린에서 계신 마취과 선생님이 후자를 통해 전문의 시험 없이 전문의 자격을 획득함), 브란덴부르크 의사협회에서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수련시간 인정’ 만 하고 있다. 필자는 전문의 시험을 독일어로 한 번 더 칠 각오를 하고 있다. 복습도 하고 업데이트도 하고 좋지!……………….. 그래도 시험은 싫은데..
2. 브란덴부르크 의사협회에서 수련시간 인정을 신청할 때에는 ‘KP시험을 면제받았는지’를 기재하는 항목이 있다. 이건 또 베를린 의사협회에서는 보지 못한 부분. 심지어 면제 받았다고 체크하면 ‘KP시험을 면제받았다는 증거를 해당 관청에서 받아서 제출’ 해야한다.
일전에 쓴 글에서 ‘KP시험을 치는 쪽이 면허 취득이 더 빠를 수 있다’ 라는 취지의 코멘트를 남겼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평가가 뒤바뀔 수밖에 없다. 당연히 면제된 쪽을 더 높게 쳐주지 않을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KP를 면제받는 쪽이 낫다!!
3. 위의 증명을 받기 위해 베를린 LaGeSo에 문의를 했더니, 바로 다음 날 스캔본을 보내주고 얼마 안있어 증명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이 업무가 자주 이루어지는 업무라는 어떤 반증일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서류에는…
‘해당 문서에 기재된 인원은 3년 이상 ’끊기지 않은‘ 업무경력이 있어’ 무슨 법 몇조 몇 항에 의거하여 KP시험을 면제하였습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적어도 베를린 LaGeSo에서는 ungebrochene Berufserfahrungen länger als 3 Jahren이 어떤 중요한 기준이다. 이번 글에서 인턴은 마치고 독일로 건너오세요 라는 코멘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3년 이상 휴식기 없이 경력 쌓고 오면 더 좋습니다‘ 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한국의 남자의사는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다녀오면 해결 될 것이고(물론 독일 오면 수련 과정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여자의사는? 잘 모르겠다. 레지던트를 3년을 하고, 독일 와서 레지던트를 또 2년을 하고(독일은 어차피 대부분의 과가 5년제), 2년동안 한국에서 한 3년을 인정 받은 다음에 바로 전문의 시험 자격을 획득하면 될까?? 말은 쉽다.
오늘 자 여러분께 공유드릴 정보는 이 정도. 필자는 참고로 베를린은 아이들 교육시키기에 그렇게 좋지는 않은 도시인 것으로 생각되어, 가능하다면 프랑크푸르트 근교나 뮌헨 근교로 이사를 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데, 전제 조건은 필자가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Oberarzt 오퍼를 받은 이 시점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직을 하게 되면 또 과정을 기록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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