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민담화

EP26. 얼떨결에 얻어걸린 복

베를린빌런 2023. 6.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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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있었다. 8월 정도부터 집을 구하기 시작했는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수많은 집들을 보러 다녔고 10군데 이상을 지원했으나 대부분은 답변 자체가 없었다. 점점 초조해지고 있었다. 이러다간 정착이고 뭐고 당장 3월에 짐 싸서 한국에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독일에 와서 개인적으로 이루려고 했던 것들은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허무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인가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Immoscout24를 뒤졌고, 열심히 베를린리포트에 들어갔고, 열심히 독일에서 집 구하기(페이스북 그룹)을 기웃거렸다. 

 

그러던 도중 베를린리포트에서 베를린 3 Zimmer Wohnung의 나흐미터를 구한다는 한국 분의 글이 올라왔다. 중앙역에서 도보 10분. 신축. 이듬해 3월부터 들어오실 분. 모든 조건이 우리의 사정과 맞았고, 일단 그분과 카톡을 시작했다. 

 

연락해보니 마침 필자가 주의 깊게 보고 있던 지역의 집이었다. 대중교통이 버스 노선 하나밖에 없긴 하지만 주변이 온통 신축 단지가 지어진 신도시 느낌(지금도 신축 건물들이 공사 중이다)의 동네. 중앙역에서 도보로 다닐 수 있고 아직 성장 중인 지역이라 어린이집 자리도 아직까지는 넉넉하게 있다고 들었던 동네였다. 실제로 주변 집 세 군데 정도 지원서를 넣고 까인 적도 있었다.

 

간단하게 신상을 밝히고, SCHUFA와 아내의 3개월치 월급명세서, 그리고 통장 잔고증명서(카카오뱅크가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어서 쉽다)를 보내드렸다. 사실 이때도 그냥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수많은 거절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기도 했고,  이 분이랑 이야기가 잘 된다 하더라도 뒤에 있는 집주인이 분명히 다른 세입자를 구하려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3일 뒤, 아직 집 관심 있으시냐는 연락이 왔다. 아직 관심이 있으면 서류를 작성해 달라고 한다. 

 

아직도 이 분께서 왜 우리 가족을 고르신건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 이후에도 업체에서 요구하는 추가서류, 그리고 나의 수입 상황에 대한 설명까지 이 분께서 모두 업체에 설명해 주셨고, 업체에서 답변이 없자 본인의 퀸디궁 서류에 다음으로 들어올 우리 가족의 계약 작성을 조속히 해달라는 멘트를 넣어주시기까지 했다. 그 덕에, 연말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계약서 작성을 끝냈다. 

 

아주 운이 좋아서 귀인을 만나, 좋은 집을 좋은 시기에 구하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지금은 프랑크푸르트로 이사를 가신 전 세입자 부부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하지만 이사 전까지 아주 혈압오르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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