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할 때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다. 전 세입자가 짐을 챙겨서 나가고 난 후 바로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어떨 때는 몇 달 뒤에 세입자를 구하는 경우도 제법 보인다(그동안 하자보수나 리모델링 등을 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한국은 전 세입자가 이사를 나가자마자 오후나 다음 날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확실히 문화가 좀 다르긴 하다. 필자도 집을 비워 주고 1개월 뒤에서야 퇴거청소 및 하자보수 영수증을 받았다(당연히 보증금에서 까였다).
그런데 집주인이 독일인이, 아니 유럽인이 아니고 중국인인 집이 세입자를 구하기 시작한 지 5개월 동안 세입자를 못구했다? 이런 경우는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Immoscout24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같은 집이 새로 글이 올라오면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
오늘 말씀드리는 집은 S-Bahnhof Bundesplatz역에서 도보로 3분 있으며, 단지 내에 Froebel 유치원이 있고 0층에는 EDEKA가 있어 장보기도 좋은 Neubau였다. 집주인은 중국인 부부. 우리 집 딸내미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면적은 80qm 가량이었고 거실 1, 방 2로 3 Zimmer Wohnung이었다.
살짝 외곽(그래봤자 A-B존 경계선에 걸친 B존이다. 충분히 도심이라고 부를만 한 위치)이긴 했지만 링반이 코앞에 있어 교통은 문제가 없었고 월세는 2300유로로 광고하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베를린 A존 이내 비슷한 조건 집들이 죄다 2500 이상 부르고 있었어서 월세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딸내미 다니는 지정 소아과가 Friedenau역 근처였는데 소아과가 가깝기도 했다.
집주인도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옆집에 한국인이 살았었다면서 김치와 만두 같은 것을 서로 갖다주면서 친하게 지냈었다. 아시아인으로서, 그리고 비슷한 나이의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좋은 관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좋은 말을 많이 해주어서,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계약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이 집을 계약을 하지 않았다. 당시에 다른 집을 동시에 컨택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는 다른 집이 더 마음에 들어서 그쪽 계약에 올인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올인했던 집은 결국 계약을 못했던 것이 함정). 그 뒤에도 이 집이 계속 세입자를 구하고 있었지만, 잠수 탔다가 다시 연락하고 이러는 게 좀 버거워서 결국은 다시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4개월 뒤쯤에도 계속 세입자를 구하고 있길래, '이건 문제가 있는 집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더 접촉하진 않았다.
후일담: 필자가 이 집을 컨택한 것이 작년 10월 초였는데,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부부가 올해에 이 집을 또 컨택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분들은 계약을 실제로 하려고 했었는데, 계약서가 문제가 많았었다고 한다. 1년에 월세를 300유로씩 올릴 거라고 적혀있었다나 뭐래나... 1년에 10% 넘게 올리겠다는 건 여기서도 좀 선을 넘는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결국 8월 부터 집을 구하기 시작했는데 11월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입이 바짝바짝 말라오고 있었는데, 겨울이 시작되고는 우리 가족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독일이민담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27. 계약서에 사인을 마쳐도 끝이 아니더라 (0) | 2023.06.29 |
---|---|
EP26. 얼떨결에 얻어걸린 복 (0) | 2023.06.27 |
EP24. 월세 선납이 가능하면 보증금으로 묻으라는 집주인 (0) | 2023.06.23 |
EP23. 집을 원해? 직장부터 구해오렴. (0) | 2023.06.21 |
EP22. 그리고 또 베를린의 집을 찾아 나서는 여정 (0) | 2023.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