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육아 31

EP14. 얼떨결에 독일에서 취업한 이야기 (1)

지난 글에서 육아와 양립할 수 있는 독일의 직장문화에 대해 언급했었다. 필자는 독일에서 아직 일을 하고 있지 않고 Hausmann으로 있으며, 필자의 아내는 현재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수습기간 6개월을 마치고 현재는 정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아내가 어떻게 직장을 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기록을 남긴다. 아내는 한국에서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인사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가 딸을 낳게 되면서 육아 휴직을 냈다. 우리 가족이 독일에 오게 된 것은 육아휴직 중이었고, 육아휴직이 하루 하루 흘러갈 때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복직을 해야할 지 아니면 사직서를 내야할 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의 동료 분이 베를린에 아는 한국 사람이 있다고 하여, ..

독일이민담화 2023.05.20

아이와 함께하는 기차여행: 드레스덴

독일에 오기 전부터 베를린에서 살게 되면 주변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다. 그러나 항상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아내는 이 땅에 온 지 3개월 만에 취업이 되어서 일을 했어야 했고, 필자는 현지에서 쳐야 되는 시험이 일정이 마음대로 잡히지 않아 수험 생활을 오래 해야만 했다. 아내가 일을 해야 함에 따라 아기도 여기에서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어버려서, 세 가족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형세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에겐 주말이 있었고, 매 주말은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여행을 다녀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제일 처음 목적지로 정한 곳은, 베를린에서 기차로 두 시간 조금 덜 걸리는 드레스덴 이었다. 구시가지가 명확해 여행 동선도 짧고, 베를린에서 가까워 어린 딸과 ..

여행기록 2023.05.19

EP13. 그래서 베를린은 아기 키우기 좋은 곳인가요? (3)

벌써 이 주제로 세 번째 글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 글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콘텐츠가 많다는 이야기를, 두 번째 글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편리한 대중교통에 관해 이야기했었다. 아내는 현재 독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필자가 아직 직장이 없어서 아이를 같이 돌볼 여력이 되어서 문제가 없긴 하지만, 워킹맘의 길은 아주 어려운 길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부서에는 아기를 두 명, 세 명을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여성 분들이 더러 있다. 한국의 직장생활과는 다른 점이 있는 걸까? 우선 현재 아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아이가 열이 나거나 아프면 본인이 언제나 병가를 내고 아이를 챙길 수 있는 구조이다. 육아휴직도 3년으로 매우 긴 편이다(보통은 1년 정도 쓴다고 한다)..

독일이민담화 2023.05.18

EP12. 그래서 베를린은 아기 키우기 좋은 곳인가요? (2)

지난번 글에서는 베를린은 아이와 야외활동 하기도 좋고, 아기와 함께 즐길만한 콘텐츠도 많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아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베를린은 버스가 모두 저상버스 라서 유모차를 타고 버스를 타는 것이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를린 버스의 중간 부분에는 유모차나 휠체어를 약 세 대 (모델에 따라서 네 대) 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버스가 정차하면 내리는 문 방향으로 기울어져 유모차나 휠체어, 또는 보행기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탑승하기 편리하게 되어 있다. 휠체어를 탄 승객이 탑승하려고 할 때는 기사분이 직접 탑승을 돕는다. 그리고 한국은 지하철 이외에는 '철도' 형태의 대중교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여기 베를린에는 지하철(U-Bahn) 외에도 S-Bahn, 트램 같은 '지상 철..

독일이민담화 2023.05.17

EP11. 그래서 베를린은 아기 키우기 좋은 곳인가요? (1)

필자는 현재 베를린에 1년 조금 넘게 거주 중이다. 8개월 아이를 안고 독일행 비행기를 탔었고, 지금 그 아이는 한국에서 산 날 보다 베를린에서 산 날이 더 많다. 중간에 1개월 정도 한국에 잠깐 들어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독일은 아기 키우기는 참 좋은 나라 같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곳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이들이 안전한 곳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이 어떤 곳인지는 제각기 다를 것이고, 필자는 이렇게 대답하려 한다. '베를린은 아기와 어린이를 대하는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라고. 우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녹지가 정말 많다. 서울에도 물론 올림픽공원..

독일이민담화 2023.05.16

EP10. 깻잎이 먹고싶어 (독일의 공동정원에서 깻잎 키운 썰)

사실 베를린은 대도시기도 하고, 독일 도시들 중에서도 거의 미국 수준으로 다문화가 진행이 된 도시이고, 동양인도 많이 살고 있어서 아시아 식재료를 살 수 있는 가게도 많고, 일반 마트를 가도 청경채(Pak-Choi)나 동양배추(Chinakohl)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런 베를린에서도 구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깻잎이다. 애초에 들깻잎을 먹는 곳이 사실상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하니 어쩌면 당연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독일에 사는 많은 한국분들은 깻잎씨앗을 한국에서 들여와서 직접 키워서 먹는다.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도 고깃집 가면 상추는 손도 안 대고 깻잎쌈만 싸먹는 사람이라 독일로 올 때 깻잎씨를 가져왔다.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심을 것인가? 마당 딸린 집에 산다면 텃밭을 만들어..

독일이민담화 2023.05.14

유학준비비자 (Aufenthaltserlaubnis zur Studienvorbereitung)를 받기 위한 준비

아무런 연고나 직업, 학업 없이 독일에 와서 최대한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일반적으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제외한다면 3년으로 알려져 있다. 어학연수비자(Aufenhaltserlaubnis zum Besuch einens Sprachkurs) 1년 + 유학준비비자(Aufenhaltserlaubnis zum Studienvorbereitung) 2년으로 총 3년을 어학원 등록증만 있으면 독일에 체류가 가능하다. 그 이상을 체류하고 싶다면 본인의 독일 사회에서의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학업을 해야 한다던지, 일을 해서 세금을 낸다던지 등등..) 필자는 어학연수비자를 받지 않고 바로 유학준비비자를 받았는데, 그 기간 내에 취업비자 또는 블루카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독일생활정보 2023.05.10

EP8. 거주 등록(Anmeldung)을 하다

독일에 입국하게 되면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는 90일의 타이머가 돌아간다. 90일 내에 외국인청에 체류 허가('비자'라고 보통 많이 부르지만 독일에서 정식 명칭은 Aufenhaltserlaubnis, 직역하면 '체류 허가'이다)를 받기 위한 일정(Termin)을 잡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새벽 2-3시부터 외국인청 앞에서 10시에 문 열 때까지 줄을 서있는 광경도 흔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독일에 들어온 당시에는 외국인청이던 기타 관청이던 모든 업무는 사전에 온라인으로 Termin을 잡고 왔어야 했다. 앞선 글에서 체류 허가를 받던 은행 계좌를 만들려고 하건 거주 등록(Anmeldung)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잠깐 하고 지나갔는데, 체류 허가를 받으러 가기 전에 이 것부터 해야 ..

독일이민담화 2023.05.09

EP7. 이사 완료

우리가 베를린에 도착했던 날이 하필이면 토요일 밤이었고, 당연하게도 우리가 들어가게 될 집을 관리하는 업체는 일요일에 일을 하지 않아서,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리고 이틀이 지나고 난 월요일 오전이 되어서야 우리가 1년간 살게 될 집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당일 아침에는 우리의 집을 중개해 준 우리 측 업체 대표님께서 직접 출장을 나오셔서 동행해 주시고, 같이 집을 봐주셨다. Übergabeprotokoll이라고 불리는, 세입자로서 집을 넘겨받는 과정은 글로 적기엔 간단하다. 첫 번째로, 임대인(의 대리자인 업체의 담당자)와 임차인이 같이 집을 둘러보면서 하자 여부와 수리 필요한 부분을 확인한다(본인의 경우 식기세척기가 현재 수리 중이며 1주일 뒤에 설치하러 직원이 올 거라는 확인을 받았다). 두 번째..

독일이민담화 2023.05.08

EP6. 춥고, 공기는 너무 좋고, 물은 맛 없다

베를린에 도착하고 나서 자고 일어나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춥다'였다. 4월 중순이면 으레 꽃이 피고 포근해지는 봄날씨를 상상하곤 했지만, 베를린은 아직 패딩을 입고 돌아다녀야 할 만큼 추웠다. 날씨 어플을 부랴부랴 켜보니 일일 최고기온이 8도, 최저기온이 3도. 베를린은 아직 포근해지기엔 이른 나날이었다(글을 쓰고 있는 5월 초가, 오늘 비가 오긴 했지만 최고기온이 13도를 기록했다). 본인은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 체질이라 기모가 들어간 코트 정도로 충분히 돌아다닐 만했지만, 아내는 추위를 매우 많이 타는 체질이라 곧바로 롱패딩을 꺼내 입었다. 4월에 입을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챙겨 왔던 여분의 겨울 옷들을 마구마구 꺼내 입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 춥게 느껴지는 것은 ..

독일이민담화 202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