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민담화

EP6. 춥고, 공기는 너무 좋고, 물은 맛 없다

베를린빌런 2023. 5. 7.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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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도착하고 나서 자고 일어나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춥다'였다. 4월 중순이면 으레 꽃이 피고 포근해지는 봄날씨를 상상하곤 했지만, 베를린은 아직 패딩을 입고 돌아다녀야 할 만큼 추웠다. 날씨 어플을 부랴부랴 켜보니 일일 최고기온이 8도, 최저기온이 3도. 베를린은 아직 포근해지기엔 이른 나날이었다(글을 쓰고 있는 5월 초가, 오늘 비가 오긴 했지만 최고기온이 13도를 기록했다). 본인은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 체질이라 기모가 들어간 코트 정도로 충분히 돌아다닐 만했지만, 아내는 추위를 매우 많이 타는 체질이라 곧바로 롱패딩을 꺼내 입었다. 4월에 입을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챙겨 왔던 여분의 겨울 옷들을 마구마구 꺼내 입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 춥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 것이, 현지인들도 패딩 입고 돌아다니는 분들이 꽤 많았다.

 

문득 22년 전에 함부르크를 처음 가봤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때는 7월이었는데도 어떤 날은 패딩을 입고 돌아다녀야 하는 날이 있었는데,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적잖이 충격적이어서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기억 중 하나였는데, 22년이 지나서 마치 데자뷔처럼 눈앞에 비슷한 광경이 나타났다. 내가 한국을 벗어났구나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바깥 산책을 나가보았다. 처음으로 보였던 것은 길 가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느낀 것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목에 미세먼지가 걸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독일 전역에서 2022년 4월 당시 대중교통과 병원을 제외하면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6세 미만의 아동들은 대중교통이나 병원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는 것은 덤. 파란 하늘 아래에서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쾌했다.

 

유럽의 물은 석회질이 많아 그냥 먹기엔 한국인 입맛에는 매우 텁텁한 편이다. 물론 석회질이 많이 않아 그나마 먹을 만한 생수들도 있지만, 특히 수돗물의 경우 석회질이 많아 관리를 안해주면 화장실 타일이나 싱크대에 석회가 끼게 된다. 그래서 물이 안 맞는 분들은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하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유럽 사람들이 탄산수를 즐겨마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기세척기에는 보통 물의 석회질을 빼내기 위해 굵은 식기세척기 전용 소금을 따로 채워둬야 한다.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 사용하던 브리타 정수기를 가져왔는데, 여기 사람들도 물의 석회질을 걸러내기 위해 브리타 정수기를 즐겨 쓴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도 탄산수를 너무 좋아해서 초정탄산수를 박스 째 사놓고 즐겼던 터라, 여기서도 맛있는 탄산수를 찾아다니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춥고, 공기는 너무 좋고, 물은 맛없다. 이것이 우리 가족의 독일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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