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어린이집 입학이 확정되고, 8월 16일부터 어린이집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아가를 어린이집에 보내본 적이 없어서, 한국에서는 적응기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베를린에서는 아내가 일을 하는 동안 필자가 적응기간 내내 아이와 함께 있었고, 지금도 평일에는 항상 필자가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다. 독일에서는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것을 Eingewöhnung이라고 부른다.
독일에서는 3세 미만의 아이를 보윣설에 적응시킬 때 크게 두 가지의 적응 모델을 이용한다. 베를린 모델과 뮌헨 모델이 그것이다. 두 모델은 적응기간과 접근방식이 다른데, 베를린 모델이 약 2주, 뮌헨 모델이 약 4주 정도를 들여서 아이를 적응시킨다. 필자의 아기가 가게 된 어린이집은 베를린 모델을 이용하고 있었다(베를린에 있는 어린이집이라 당연한 것일 수도..). 전국적으로도 베를린 모델이 조금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처음에는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등원하여 한 시간가량을 담당 선생님과 아기가 놀다가 집에 데려왔다. 필자는 담당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 이외에는 아이의 활동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아내의 경우 독일어를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응기간을 함께 했다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동안 아이가 마음껏 공간을 탐색하게 하는 동안, 선생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 알레르기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집에서는 어떤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노는지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아이가 집에서는 독일어를 전혀 듣지 못하는 환경이라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을 꺼내니까, 담당 선생님은 이 어린이집에는 집에서 영어만 쓰는 아이들도 제법 많은데 그래도 잘 적응한다고 필자를 안심시켜 주었다.
아이가 어린이집 공간을 좋아하고 담당 선생님의 얼굴도 눈에 익었을 무렵 목요일에(월요일에 적응을 시작했으니 4일차이다) 처음으로 아빠와 분리를 시도해 보았다. 이때 아이가 울기 시작해도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첫날은 30분간 분리를 해보았고, 그 뒤로 점점 시간을 늘려나갔다. 아이는 아빠가 나갈 때는 울어도 담당 선생님이 달래주니 금방 울음을 멈추고 놀이를 계속하였다(적응을 아주 잘하는 착한 딸이었다). 딸이 어린이집에 적응을 너무 잘해서 돌아오는 월~화요일에는 오전 내내 부모 없이 어린이집에서 잘 놀게 되었다. 2주 만에 적응을 마친 딸내미는 지금도 어린이집을 잘 다니고 있다.
뮌헨 모델에 대해서는 필자는 잘 알지는 못한다. 찾아본 바에 따르면 베를린 모델이 어린이집이라는 공간과 분리에 대한 아이의 '반응'에 집중하는 모델이라면, 뮌헨 모델은 '부모의 양육' 에서 '선생님에 의한 양육'으로 전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는 어린이집에서 노는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는데 주력했지만, 뮌헨 모델에서는 첫 1주는 공간이 어린이집일 뿐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아이를 돌보고, 2번째 주에도 부모와의 분리 없이 한 주를 보내는 대신, 이번에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기저귀를 갈거나 밥을 먹는데 부모와 같이 참여를 한다고 한다. 3주 차부터 부모와 분리를 30분~1시간 정도 시작하여 총 적응기간이 4~5주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베를린 모델이 짧게 걸려서 좋긴 하지만 당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뭘 하고 지내는지 알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여기는 사진도 잘 안찍어준다), 뮌헨 모델은 오래 걸리는 대신 부모가 조금 더 어린이집 생활에 깊게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어 보인다.
여하튼 필자는 공부를 하고, 아내는 일을 하며,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다. 서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지내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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