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취업을 하여 일을 시작한 후, 당분간은 필자가 딸을 맡아 키우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아빠가 어학 수업을 듣느라 낮에 계속 자리를 비웠던 관계로 아이는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엄마가 출근을 해야한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이건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엄마가 재택근무라도 하는 날은 업무는 애가 계속 놀아달라고 떼를 써서 업무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필자도 치루어야 할 시험이 있던 관계로 언제까지나 아이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낮에는 아이랑 계속 같이 있었고 아이를 재운 이후에는 녹초가 되어 있으니 시험 준비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부부는 밤 사이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만약 자리가 구해진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낮 시간 동안에라도 어린이집에 가있으면 아빠는 공부를 할 수 있고, 엄마는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
베를린의 '거의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베를린 시의 예산으로 무료로 운영된다. 간식비 정도만 내면 되는 수준. 다른 주에서는 비용을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무료인 만큼 자리 구하기가 정말로 어려운데, 보통 독일 가정에서는 임신이 확인 되면 집 근처 어린이집 대기열에 이름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이것만큼은 한국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린이집은 보통 KITA라고 부르는데, 키타는 0-3세까지 보육을 의미하는 Kreppe와 3-6세를 의미하는 유치원(Kindergarten)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Tagesmutter라는 곳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개인이 운영하는 가정 어린이집 같은 개념으로 0-3세를 보육하는 곳이다(한국에서 일반 아파트에 어린이집 간판을 붙여놓고 운영하는 사설기관을 생각하면 된다).
베를린 시에서는 자원 배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을 경우 키타굿샤인(KITA-Gutschein)을 발급받아 제출해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키타굿샤인 신청서에는 엄마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아빠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아이를 돌보지 못하니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야 합니다 라는 내용이 담겨있으며, 어학원을 다닌다면 수업 시간이 적혀있는 어학원 등록증, 직장을 다닌다면 일일 근무시간이 명시된 재직증명서를 첨부하여 제출해야 한다. 일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 service.berlin.de 에서 회원가입 후 신청할 수 있다.
내 집 주변에 어떤 어린이집이 있는지는 역시나 베를린 시에서 제공하는 KITA-Navigator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https://kita-navigator.berlin.de
Suche를 누르면 내가 사는 도로명주소를 넣고 주변 키타를 띄우는 방법, 아니면 키타 이름을 넣고 찾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서 마음에 드는 키타를 즐겨찾기(Merkliste)에 등록하고, 자리를 지원해서 대기열에 등록하는 것도 모두 가능하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린 다음, 자리가 나면 키타굿샤인을 제출하고 등록을 하면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다른 방식으로도 열심히 어린이집을 찾아보았고, 베를린에는 시의 지원을 받지 않고 운영하는 어린이집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이집을 찾아보는 다른 방법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한 번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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