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민담화

EP15. 얼떨결에 독일에서 취업한 이야기 (2)

베를린빌런 2023. 5. 22. 05:12
728x90
반응형

이 글은 필자가 아닌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의 아내 시점에서 서술되었습니다. 

 

우연히 본인이 하던 직무의 채용공고를 발견한(Stepstone.de에서 보게 된 채용공고였다..!!) 그 순간, 채용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긴 하지만, 엄연히 독일 지부에서 나온 구인 공고였고, 나는 독일어를 한 마디로 못하는 채로 이 땅에 왔었다. 영어는 곧잘 했지만, 독일에서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을 채용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독일에 온 지 1달밖에 안되었던 순간이어서, 그 당시에는 여유로운 유럽 생활을 즐기고픈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이런 채용공고가 언제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일단 공고에는 필요 언어가 영어만 적혀있었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이력서를 한 번 넣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력에 관심이 있으니 Cover Letter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허겁지겁 영어로 Cover Letter를 작성하여 보내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여기에서 취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했다. 곧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유럽에서 보내는 여름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베를린이 아닌 다른 곳에 여행을 가고자 하는 욕망만 가득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Cover Letter를 보내고 몇 주 후, 면접 일정을 상의하기 위한 연락이 왔다. 사실 면접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1주일도 안 되어서 면접 일정이 잡혔을 것이기에, 나는 Cover Letter를 보내고 일주일 뒤쯤부터 '다른 사람을 뽑았다 보다..'라고 생각하고 기억의 한편 구석으로 밀어놓았었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랐지만 결국 첫 번째 인터뷰를 원격으로(ZOOM) 진행했다. 

 

첫 번째 면접은 지원한 부서의 Senior Director(한국 직급으로 치면 이사? 정도 일것이다)와 진행하였고,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왜 독일에 왔는지, 왜 베를린에 왔는지 등의 일상적인 질문과 대답이 주를 이루었고, 면접이라기보다는 소소한 담소에 가까운 대화를 하였다. 면접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다. 면접이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된 후, 문득 '이러다 여기서 취업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두 번째 면접 일정을 상의하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두 번째 면접은 실무자 면접이었다. 내가 만약 입사를 하게 된다면 사수가 될 사람과 30분 정도 면접을 진행하였다. 실무자 면접답게, 과거 이력과 과거에 해왔던 업무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그 외에 독일 내에서 출장이 가능한 지 등을 체크하였다. 이번 면접 또한 영어로 이루어졌고, ZOOM으로 진행하였다. 면접 다음 날 세 번째 인터뷰에 대한 이메일이 왔었다. '어... 어... 취업되나...?'

 

세 번째 면접은 두 번째 면접으로부터 3주 뒤에 진행되었고, 채용 과정 중 마지막 면접이었다. Vice President(내가 지원한 부서의 Head Officer이다)와 함께하는 면접이었고, 역시나 ZOOM으로 진행되었다. 15분 정도만에 끝났고, 취미나 가족관계 같은 담소를 나누다가 마무리되었다. 내 생각에는, 채용을 확정해 두고 높으신 분이 채용할 사람 얼굴이나 한 번 보자고 만든 자리 같았다. 

 

면접 세 번을 다 끝내고, 얼마 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내 독일 전화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채용이 확정되었으며, 언제부터 입사가 가능한 지를 나에게 물어보았다. 

 

채용공고도 인터넷으로 보았고, 면접도 전부 비대면으로 진행하였기 때문에, 만약 한국에서 부터 독일 취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면 한국에서 이 과정을 진행해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독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이미 들고 있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메리트도 있었다. 추가적인 채용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한 번 다루어 보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