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주한독일대사관을 방문하여 비자를 받고 독일에 입국한 경우가 아니라면, 입국하는 그 순간부터 90일이라는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한국인은 독일에 무비자로 90일까지 체류 가능하니까, 그동안 살 곳을 구하고, 외국인청에 방문 예약을 잡아야 한다. 정 안되면 안멜둥이 가능한 비즈니스호텔이나 민박집이라도 잡아서 일단 안멜둥을 해둬야 할 수도 있다.
베를린 외국인청(Landesamt für Einwanderung)의 온라인 예약은 아래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문제는, 필자는 여기서 예약 잡기를 성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국적과 비자를 받을 인원수, 가족들의 국적, 받을 비자의 종류 등의 정보를 넣고 '다음' 버튼을 누르면 항상 보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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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시지이다. 지금 가능한 테어민이 없으니, 다음에 다시 시도해 보세요 라는 뜻이다. 문제는 다음에 다시 시도해도 되는 적이 별로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가서 체크하면 성공할 수도 있다는데, 일단 필자는 성공해 본 적이 없다.
뭔가 테어민이 전산으로 풀리는 시점 같은 때가 되면 접속자가 폭주해서 서버가 다운되고 결국 나는 테어민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액션은 다음과 같았다.
1. 외국인청의 담당 부서(학생이나 유학준비비자의 경우 B1부서에 문의해야 되고, 그게 아니면 한국인은 E4부서에 문의해야 한다)에 메일로 신청서를 보내면서 사정을 설명하고, 테어민을 잡아 달라고 요청하기
2. 유학원 등에서 제공하는 비자패키지(비자 일정 잡아주고, 신청서도 써주고, 가능하면 당일에 동행도 해준다고 한다) 이용하기 - 필자가 알고 있는 곳은 O이클O식 한 군데밖에 없다. 단순히 일정만 잡아주는 것은 100유로 정도를 요구한다.
3. 직접 테어민을 잡는 대신 독일 현지 변호사를 통해 변호사서신으로 체류허가를 다이렉트로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은 베를린에 있는 이재윤 변호사님은 700유로 정도(원래 '빌콤멘비자'라는 사이트를 따로 운영하셨는데 2023년 5월 11일 현재 접속이 되지 않는다)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돈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일단 2에 돈을 넣으면서 1을 시도하였다. 메일 제목에 dringend!! 등의 단어를 넣은 다음 '무비자 체류기간이 언제면 끝나는데 온라인 사이트는 계속 접속이 안돼 ㅠㅠ 테어민이 필요한데 도와줘'라는 내용의 메일을 완벽히 작성된 비자 신청서를 스캔해서 같이 보냈다(다른 서류는 다 보내면 너무 난잡할 것 같아서 보내지 않았다).
2022년 4월 21일 외국인청 B1, E4부서에 메일을 보냈고 그 이후에도 하루에 3번씩 온라인 테어민을 체크하면서 O이클O식에서 테어민을 잡아주길 기다렸다. 근데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5월 6일에 외국인청에서 답변이 왔다! 5월 23일로 테어민이 잡혔고, 이 날 모든 서류를 들고 방문하여 3명의 비자 신청을 완료했다(본인 유학준비비자, 배우자 및 자식 동반가족비자). 비자 카드가 날아오기 전까지 쓸 수 있는 임시비자를 그 자리에서 받고 나서 O이클O식에 연락하여 서비스 취소 및 환불 처리를 했다(약관상 70%만 환불해 줬던 걸로 기억한다).
어찌 보면 굉장히 운 좋고 싱거운 결말일 수 있는데,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온라인 테어민 하나만 잡고 있지 말고 다른 방법들도 최대한 시도해 보자'이다. 요즘엔 어둠의 경로로 50유로에 테어민을 구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개인적으로는 이런 경로의 존재로 인해 정상적으로 테어민 잡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직접 이용해 본 서비스가 아니라서 아직 왈가왈부할 수가 없다. 올해 안으로 비자를 한 번 바꿔줘야 하긴 하는데(아내가 직장 생활 중이므로 아내가 취업비자를 받고 필자와 아이가 동반자비자를 받는 것이 목표이다), 그때 필요하다면 한 번 이용해 보고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다.
체류허가를 받으면서 동시에 독일 은행 계좌 뚫기, 독일 핸드폰 만들기를 같이 진행했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에 대해 다루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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