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준비 하실 분들을 위한 팁과 노하우를 주절주절 써보는 글.
Teil 1. Arzt - Patient Gespräch
일반적인 CPX의 흐름을 따라가면 되나, 한국과는 약간 중요도? 같은 것이 다른 부분들이 있다.
1. 환자 이름은 꼭 철자를 확인 : 환자 이름을 틀릴 경우 감점이 아주 크다고 알려져 있다. 반드시 buchstabieren 해달라고 하거나, 아는 이름이라도 doppel s인지 ß인지 등 헷갈릴 수 있는 철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 외에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년월일 등의 환자 개인 정보가 배점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Allergie병력을 꼭 확인 : Allergie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Asian과는 다르게 서양인들은 Anaphylaxis로 이어지는 심한 알레르기력이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아서일 것 같다. 그 외에도 Penicillin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감염질환에서 어떤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이 Teil 3에서 이어질 수 있다.
3. 되물어보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 환자가 말하는 것을 잘 못 알아들었는데 '이런 내용이겠지' 라며 지레짐작을 하는 것은 금지. '천천히 다시 말해주시겠어요?' '제가 외국인으로서 독일어가 조금 부족합니다. 다시 한번 천천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과거력에서 갑자기 혈액투석을 주 3회 받는 내용이 등장하는 등 케이스가 최근 수년 동안 복잡해지고 있다.
Teil 2. Dokumentation
1. 20분 주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타이핑을 해도 시간이 촉박한데 손으로 쓰면 시간이 더 없을 것 같다. 본인이 들은 Kurs에서 제시해 주는 Formular 및 문장까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달달 외운 다음 거기서 환자에 따라서 단어만 갈아 끼운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독일어 키보드도 꼭 구해서 타이핑 연습도 하시는 것을 추천. 영어 키보드와 달리 Y와 Z의 위치가 반대인 QWERZ 키보드라 생각보다 매우 헷갈린다. 시험 준비할 때도 20분 타이머 걸고 써보는 연습을 꼭 하도록 하자.
2. Terminologie는 엄격하다. 개념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일례로, Erysipel은 피부 표층에만 생긴 감염질환이며, Zellulitis는 피부뿐만이 아니라 그 아래까지도 감염되어 있는 상태를 뜻한다. 두 질환명을 바꿔 쓰거나, 환자에게는 Erysipel일 것 같다고 설명한 다음 Doku에는 Zellulitis라고 적는다던가 하는 실수를 범하면 안 된다. 처음 의학독일어 공부를 할 때 개념을 잘 잡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
3. 1번은 결국 '질환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로 이어진다. 하지만 모든 질환을 다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법. 이때 필요한 것이 Protokoll(족보, 야마)이다. FSP를 준비하는 텔레그램 그룹 등에서 족보를 구할 수 있는데, 일단 Kurs에서 배운 질환들과 족보는 숙지하도록 하고, 그 외에는 본인의 전문과목 중에서 빈도가 높은 비종양성 질환 등을 조금 공부해 두면 운이 좋으면 얻어걸릴 수 있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1번째 시험과 2번째 시험 둘 다 탈족을 했지만, 2번째 시험에서는 본인의 전문 과목에서 아주 많이 취급하는 질환이 나와서 운 좋게 합격할 수 있었다.
4. 내가 시험에서 작성한 Dokumentation을 채점관들이 받아 들고 Teil 3가 시작된다. Teil 1,2,3이 각각 따로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3개의 파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자.
Teil 3. Arzt-Arzt Gespräch
1. 일단 시험 담당관빨이 엄청 크다. 시험을 쳐보면 알겠지만, FSP는 채점관이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반드시 떨어트릴 수 있는 시험이다. 아주 깐깐하고 집요하게 나를 조여 오는 채점관을 만난다면... 명복을 빈다. 물론 친절하고 예의 있는 채점관도 많다.
2.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Teil 1에서 무언가를 놓친 부분이 있다면 '아 그걸 환자에게 물어보지 않았네. 지금 물어보고 올게'라고 뻔뻔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 환자의 History taking은 잘하면서 채점관들과의 프리토킹은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환자에게는 자신이 만든 틀 대로 딱딱하게 이야기했다가 프리토킹에서는 입이 풀려서 말을 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경우 라면 채점관들이 물어오는 질문들이 나를 공격하려는 것이라고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저 사람들은 나를 공격하는 게 임무니까 나도 적절하게 되돌려주면 그만이다. '그러한 토의 과정에서의 독일어 능력'을 보는 것이 이 시험의 목적이니까.
3. 중간에 전문의학독일어를 쉬운 일반독일어로 풀어서 이야기하는 퀴즈타임이 있는데, Protokoll에서 토씨도 안 바꾸고 똑같이 나온다. Protokoll을 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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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앙 시각 2023년 8월 14일 밤 현재 필자는 FSP 합격 및 모든 서류 제출을 완료한 후 7개월 하고 18일째 교육 과정 동등성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처음 신청서를 제출하고 4주 내에 '동등성 평가를 포기하고 Kenntnisprüfung을 치르겠다'라고 밝혔다면 지금 쯤 KP시험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더 빨리 면허를 받았을 수도 있겠다.
심사 기간 동안 계속되는 기다림에 지치는 것도 문제고, 직업적인 활동이 2년 가까이 멈춰있는 것도, 그로 인해 체류할 자금이 점점 없어져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아내가 현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체류 및 자금에 대해 약간의 숨 돌릴 틈이 있어 매우 다행인 케이스이다. 얼마 전 두 돌을 갓 넘긴 딸내미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경험을 하며 지내고 있다. 올해 안에는 독일 내에서 면허 및 구직이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문제들 때문에 한국과 독일을 오가면서 면허 준비를 하거나, 독일에 와서 1년 정도 어학연수비자로 바짝 달려서 FSP까지 합격하고 추후 심사는 한국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한 한국 의사분들의 이야기를 여러 명 들었는데, 어떤 분은 파트너가 독일 사람이라 면허 발급 후 독일로 들어와서 일자리를 찾으셨고, 한편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한국에서 벌려놓은 연구, 개원 등으로 인해 독일로 다시 와서 구직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었다. 필자의 경우 베를린에서 집도 구하고 아내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아이도 어린이집 잘 다니고 있고, 본인만 직장생활을 하면 해외 이주가 완벽하게 끝나는 상황이라 더 목마르고 더 간절한 상황이 되었다. 어떻게 계획을 세우던 선택은 본인 몫이다.
그래도 필자가 추천드리는 것은, 가정을 이루신 분들은 만약 해외 의사면허에 관심이 있다면 짧은 기간이라도 그 나라에 가족들이 같이 와서 한 번 지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이민 계획을 접고 한국에 남는다 하더라도, 가족들의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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