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사 독일에서 의사하기

한국 의사가 독일에서 의사가 되는 방법 - 실제

베를린빌런 2023. 7. 1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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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서는 필자가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 어느 과정에 있는지 시간 별로 서술해보려고 한다. 

 

 

1) 2022년 4월 9일 독일 입국 

 

입국 전에 모든 서류의 작성, 공증, 아포스티유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아포스티유를 받은 모든 서류를 스캔하여 독일에 있는 번역가분께 E-mail로 번역 문의를 드리면서 미리 PDF 파일을 보내드렸다. 이때 스캔은 돈이 들더라도 외교센터 1층에 있는 복사실을 이용하도록 하자. 다른 복사집들의 경우 물론 본인이 강력하게 요청해야겠지만, 아포스티유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아포스티유를 다 찢어버리고 낱장으로 만들어 복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2) 2022년 4월 19일 우편을 통해 서류 제출

 

독일에 입국하자마자 안멜둥, 비자 신청 테어민 잡기, 독일 현지에서 발급받아야 할 서류(의사소견서, Führungszeugnis 등)들을 발급받으러 다니고, 번역을 맡겨놓은 서류들을 회수하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최종적으로 4월 19일 자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우편으로 낼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제출했다(실제로 우편을 보낸 날짜는 23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류 제출은 우편을 보내는 방법이 있고, Landesamt für Gesundheit und Soziales(LaGeSo)의 담당부서를 직접 찾아가 그곳에 있는 우편함에 서류봉투를 직접 집어넣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데, 그냥 주변의 Deutsche Post Filiale를 찾아가서 우편을 보내는 편이 간편하다. 이때, 중요한 서류니까 가급적 Einschreiben으로 보내도록 하자. 한국으로 치면 등기우편 같은 개념인데, Einschreiben으로 보내면 가격이 비싼(4유로 약간 넘는다) 대신 택배처럼 우편이 잘 도착했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일반 우편의 경우 우편물이 도중에 없어지거나 우체국 어딘가에 처박혀서 분실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하니 웬만하면 Einschreiben으로 보내는걸 추천. 

 

3) 2022년 7월 12일 첫 Eingangsbestätigung 발급 

 

신청서가 접수되었다는 확인증(Eingangsbestätigung)이 7월 12일 자로 작성되었으며 필자가 며칠 뒤 우편으로 수령하였다. 거의 3개월이나 기다린 것이 맞다....!! 일처리가 매우 매우 매우 느리니 마음을 비우고 어학원을 다니던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잊고 살아야 한다(보통은 비자 때문에라도 어학원을 끊어놓았을 테니, 어학원을 다니고 있을 시점이다). 필자의 경우 5월에 3주 정도 현지 어학원을 다니다가, 5월 말부터 시작되는 전문언어시험(Fachsprachprüfung, FSP) 대비 코스를 7월 초까지 들었다. 코스가 끝나고 나서야 확인증을 받은 셈. 이 확인증이 있어야 베를린 의사 협회(Ärztekammer Berlin)에 FSP를 접수할 수 있다. 접수할 때 이 Eingangsbestätigung을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주어야 한다. 당연히 시험 수수료도 따로 있고... FSP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 들에서 상세히 써볼 계획이다. 

 

사실 필자는 이때 2개월 내로 Eingangsbestätigung을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받자마자 시험을 접수해서 7월 초에 FSP 대비 코스가 끝나자마자 시험을 쳐버릴 계획이었는데... 이때부터 무엇인가 잘못되기 시작했다.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 Mike Tyson

 

4) 2022년 7월 말, 추가 제출 요구 서류에 대한 응답 완료 

 

분명히 모든 서류를 공증 및 아포스티유 받은 후(오리지널 서류, A) - 공인 번역가에게 번역받고(번역서류, À) - 번역서류를 사본공증까지 Notar에서 받아 제출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서류가 추가제출 대상이라고 우편이 왔다. À서류에는 원본의 복사본까지 첨부가 되어있기에 À 만 사본공증을 받으면 모든 게 인정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든 서류를 그렇게 보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나에게 도착한 Eingangsbestätigung을 잘 읽어보니, '외국어로 작성된 Originaldokumente'를 원본을 보내던 사본공증을 보내던 하라는 것이었는데, 당시엔 그것을 잘 이해를 못 해서 '번역서류에 원본의 카피까지 모두 있는데 왜 이걸 다시 보내야 하죠?'라고 우편을 보냈다. 며칠 후 담당자에게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데, B2자격증이 있지만 사실은 독일어가 일천해서... 전화는 너무 무서웠다. 잘 못 알아듣고 있으니까 나보고 모든 원본서류 다 챙겨서 몇 월 며칠에 직접 방문하라고 테어민을 잡아주었다(담당자분이 정말 천사였던 것 같다. 나 이외에는 아무도 이런 경험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가지고 있던 모든 원본 서류를 들고 LaGeSo를 찾아가서, 담당자와 원본 서류를 하나하나 대조했다. 알고 보니, 번역본을 사본공증받은 Notar에서 '이 번역본의 내용이 원본과 동일합니다'라는 내용으로 공증을 해놓았었다.... 이러면 원본을 확인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들은 이런 실수를 예방하려면 원본(A)과 번역서류(À)를 둘 다 사본공증을 받아 둘 다 보내버리자. 어쨌든 준비해 갔던 모든 서류를 인정받았고, 최종적으로 추가 제출해야 할 서류는 미리 준비해오지 못한 KMLE 합격증명서와, FSP 시험 합격 두 가지였다. 

 

5) 2022년 10월 4일 FSP 시험 응시 - 불합격 

 

시험을 늦게 본 이유는 8월부터 딸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에(입사 초기라 정신이 없던 때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리고 가서 적응시키고 데리고 오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그래서 8월에 어린이집 적응을 시키고, 적응을 마치고 풀타임으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된 후 9월에 시험을 치려고 계획을 했었다. 

 

근데 9월에는 시험이 없었다... 시험 일정이 있었으면 다른 사람이 취소한 자리에 끼여서라도 시험을 보고 싶었는데 9월에는 아예 시험일정 자체가 없었다. 

 

10월 4일이 가장 빠른 시험 일정이라 그때 시험을 응시하긴 했는데, 7월에 끝난 코스는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고 있었고, 마침 아이가 걸린 독감이 옮아 컨디션도 너무 나빴고, 기출 위주로 공부하고 갔더니 탈족을 해버려서... 보기 좋게 탈락하고 말았다. 주변에 이 시험을 쳤던 한국인 중에 첫 시험을 불합격한 사람은 아직 나 말고 찾지 못해서 매우 속상했다. 바로 다음 시험을 신청하고, 정신 차리고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날아간 시험 등록비가 아른거렸다.

 

6) 2022년 12월 12일 2번째 FSP 응시 - 합격 

 

절치부심하고 준비한 두 번째 시험에서 합격을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탈족은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필자의 전문과목 케이스가 나와서 지식이 많은 채로 시험을 치를 수가 있었다. 채점관도 지난번 시험보다 친절해 보였던 것은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시험 준비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7) 2022년 12월 27일 추가서류 제출 완료 - 두 번째 Eingangsbestätigung (Fristbeginn) 수령 

 

사실 여기에도 에피소드가 있다. KMLE 합격증 국문을 공증 아포스티유 모두 받고 번역까지 해서 보내면서, 참고자료 삼아 같이 받은 영문 합격증을 같이 보내줬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이 영문 서류의 번역본을 내라고 연락이 온 것. 필자는 해당 국문 서류로 나의 KMLE 합격은 증명이 되고, 영문 서류는 그냥 참고용으로 보낸 것이다라고 항변하였지만 돌아오는 이메일은 번역본을 제출해야 한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이었다. 결국 '그렇다면 해당 영문 서류는 제출을 철회하겠다. 국문 서류만 가지고 심사해 달라'라고 요구 이메일을 보냈더니 얘들이 아무런 답변이 없는 것이 아닌가! 이거 그래도 제출해야 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번역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가타부타 말이 없고 이메일을 몇 통 더 보내도 전혀 응답이 없으니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메일에는 아무런 답장이 없던 채로 1월 말 경에 우편을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 Eingangsbestätigung은 모든 서류 구비가 완료되었고 이제 심사 대기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내용에 대놓고 '6개월 이상이 소요되니 이메일이나 전화 문의는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처음 신청서를 작성할 때 '면허 발급 전 노동이 가능한 임시면허'를 신청하였다면 노동 허가(Berufserlaubnis)가 이때 나온다. 근데 베를린에서는 굳이 신청할 이유가 없는데, 베를린에서 노동허가 만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독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병원이 굳이 노동허가만 있는 외국인 의사를 채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2023년 10월 22일 수정 

8) 2023년 7월 현재까지 - 영겁의 기다림 중 

 

7개월째 대기하고 있다. 만으로 6개월을 채우고 이메일로 심사 좀 일찍 해달라고 징징대봤는데(아이가 있어서 일을 해야 한다.. 얼른 납세자가 되고 싶다.. 등등) 돌아온 대답은 '앞에 처리할 서류가 많아서 아직 당신 차례가 안 왔어. 몇 달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였다. 답장을 보내준 게 용하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8) 2023년 10월 19일 - 독일 의사면허를 우편으로 수령 

 

2023년 10월 13일자로 발급된 독일 의사면허가 19일에 집으로 우편으로 도착하였다. 이제 나도 독일 의사! KP시험 테어민이 오면 어떡하지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면허가 바로 나와 주었다. 

 

심사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냐면, 

1. 나의 교육과정이 EU 의과대학들과 동등성이 인정된 경우 - 독일 의사 면허가 바로 우편으로 날아옴 

2. 동등성이 인정되지 못한 경우 - 지식시험(Kenntnisprüfung, KP)을 쳐야 한다는 확인증이 날아온다. FSP때와 마찬가지로 이 확인증이 있어야 KP 접수 가능  텔레그램 커뮤니티 확인 결과, KP를 언제 치다는 테어민이 바로 우편으로 날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어학원에서 C1 수업을 들으면서 천천히 뒷일을 준비하고 있다. 시험을 하나 더 준비를 하던 일을 해야 하건 독일어는 잘할수록 좋으니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운동과 독일어에 매진해 볼 생각이다. 벌어온 돈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게 걱정이긴 하지만.. 

 

작년 8월에 FSP 합격까지 모두 하고 8월 말에 두 번째 Eingangsbestätigung을 받고 한국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의사분이 (한인 민박에 일정 금액을 주고 우편 수령을 부탁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6월 초에 독일 의사 면허가 나왔다. 그래서 필자도 일단 10월까진 기다려보려고 한다. 베를린에서 아이를 키우고, 어학을 하면서. 필자도 비슷한 기간이 소요되어, 10월까지 기다려서 면허를 받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신청서 작성, FSP 대비 코스 후기, 시험 후기 등을 풀어나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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